하루 단시간 내에 울다가 웃는 기분 변화를 가리키며 “조울증이 있다”고 표현한다. 조울증 즉, 양극성 장애는 변덕스러운 성격을 뜻하는 용어로 일상에서 쓰이고 있다. 개인의 성향 또는 마음의 병이라며 의지의 문제로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성격상의 문제가 아닌, 뇌의 기분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엄연한 질환이다. 두 얼굴을 가진 질병, 양극성 장애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확인해보자.
비정상적 흥분과 우울 사이, 양극성 장애
야누스적 질병, 웃음 혹은 눈물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는 기분 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조증 삽화와 우울증 삽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삽화라는 것은 내내 지속되지 않고 증상이 일정 기간 나타났다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분 변화는 수주 또는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조증기보다는 우울 시기를 더 자주, 더 오랜 시간(적게는 3.7배, 많게는 37배) 보내게 된다. 양극성 장애는 우울증만큼은 아니지만, 전 인구의 1%가 경험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발병과 악화엔 스트레스와 생체주기 변화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수면-각성 리듬 같은 일종의 변화, 여성의 생리 주기 및 출산, 갱년기 등의 호르몬 변화, 계절과 일조량 변화가 양극성장애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봄, 가을의 환절기에 조증, 겨울에 우울증의 재발이 빈번하다.
양극성 장애라도 경조증같이 비교적 약한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조증 때는 병식이 거의 없는 상태라 일반인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단순한 기분 변덕이나 우울증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좀 더 명확하게 증상을 정리하고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양극성 장애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Q. 기분이 좋은 상태인데, 왜 조증이 문제가 되는가?
A. 일반적인 기분의 변화는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조증 상태에서는 병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좀 더 심해지면 돈을 빌려 흥청망청 쓰거나, 과한 자신감으로 고집이 세져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 본인은 스스로의 기분 상태가 비정상적이란 생각을 못 한다. 또한 단극성 우울증 환자보다 더 우울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충동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의욕이 높아 있던 조증 상태와 비교했을 때 상실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Q.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기분 변덕도 조울증 증상일까?
A. 양극성 장애가 있으면 하루 중에도 기분이 들쭉날쭉하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조증의 증상이 지속되어야 하고, 우울증도 6개월에서 9개월 이상 동안 증상이 지속되어야 한다. 하루 중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양극성 장애가 아니라,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개인의 기분이 변화하는 것이다.
Q. 양극성 장애 중 우울증 증상이 왔을 땐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될까?
A. 우울 장애와 양극성 장애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질환이다.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우울 증상을 항우울제만으로 치료하는 경우에는 치료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불안·초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오히려 반대로 과도한 치료 반응으로 조증이나 경조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Q. 양극성 장애는 본인의 의지와 주위의 도움으로 치료할 수 없는가?
A. 양극성 장애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병하는 질환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본인의 의지와 주위의 도움이 치료 효과를 돕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 또한 양극성 장애는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적 질환이기에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약물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으니 처음 발병한 경우라도 최소 2년은 약물 복용을 하는 게 좋다. 발병 기간이 오래될수록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니, 잘못된 지식으로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려선 안 된다.
관리의 시작은 일상으로부터
by 글. 손윤미 moroccot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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